[커리어 스토리] 멈춘 시간 뒤 찾아온 두려움과 불안을 넘어서는 시간
| 커리어 리스타터 | 소개 |
|---|---|
| 정주희(40대) | 건강 문제와 결혼·임신으로 하던 일을 그만두고, 육아와 병행할 수 있는 일을 찾으며 창업을 했었다. 팬데믹 장기화로 사업을 정리한 뒤, 10년의 공백을 지나 다시 조직에서 총무 업무로 다시 조직 생활을 시작했다. |
| 조윤효(40대) | 학업과 출산으로 약 1년의 경력단절이 있었다. 스스로의 속도를 찾아 다시 데이터 분석가로 새 길을 열어가고 있는 1살 자녀의 엄마이기도 하다. |
| 안주현(50대) | 두 아이가 고등학생과 대학생으로 성장한 후, 다시 자신의 일을 찾기 위해 자격증 공부를 시작했고 돌봄교사로 커리어를 열었다. 배움과 도전을 멈추지 않는 워킹맘이다. |
| 정진옥 취업상담사 | 동대문여성인력개발센터에서 ‘담임 선생님’으로 활동하며 수많은 여성의 재취업을 함께 고민하는 직업상담사. 누군가의 새로운 시작을 돕는 일을 하고 있다. |
멈춘 시간 뒤에 찾아온 두려움과 불안을 넘어서는 시간
다시 일을 하겠다고 마음먹은 순간, 설렘보다 먼저 찾아오는 불청객이 있습니다. 바로 '두려움'입니다. 아이를 키우느라, 가족을 돌보느라, 그리고 나 자신을 돌보느라 잠시 멈췄던 시간. 그 공백은 마치 결코 건너갈 수 없는 강처럼 아득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과연 내가 다시 할 수 있을까?", "바뀐 세상에 제대로 적응이나 할 수 있을까?" 많은 여성들이 이 질문 앞에서 주저앉곤 합니다.
하지만, 서울우먼업 프로젝트를 통해 다시 자신의 자리를 찾은 선배들은 입을 모아 말합니다. 재취업의 첫 단계는 내 안의 두려움을 똑바로 마주하는 것에서 시작된다고 말이죠. 경력보유여성이 마주하는 가장 큰 적은 차가운 세상의 편견보다 내 안에서 더 크게 자라난 '오해'와 '불안'이었습니다. 우리가 마주하고 넘어서야 할 이 두려움의 실체는 과연 무엇일까요?
스스로 만든 편견, "제 경력은 다 사라진 것 같았어요."
다시 일을 시작하려는 여성들이 가장 처음 부딪히는 벽은 '이력서'라는 하얀 종이입니다. 과거에 얼마나 치열하게 일했든, 멈춰있던 시간은 스스로 한없이 작아지게 만듭니다. 서울우먼업에 참여한 많은 이들이 구직기를 '자존감이 바닥을 치던 시기'라고 회상합니다. 2024년 구직지원금 사업 참여자인 정주희님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이전 경력은 이어가기 어렵고, 경력을 전환해야 하는 상황에서 그는 이력서를 선뜻 내는 것 조차 무서웠다고 고백합니다.

정주희 님
일을 다시 하려니 너무 막막하더라고요.
면접을 보러 가도 의심스러운 눈으로 일을 할 수 있겠냐고 저를 보는 것 같고..
총무사무 담당자, 정주희(24년 구직지원금 참여자)
가혹한 자기 검열은 비단 주희 님만 겪는 것이 아닙니다. ‘나는 이제 아무도 필요로 하지 않을 것이다.’ ‘다시 일하기 어려울 것이다’라는 두려움은 경력보유 여성들이 가장 보편적으로 겪는 마음입니다. 하지만 이 두려움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순간, 역설적으로 ‘채워야 할 것’들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주희 님은 자신의 경력을 돌아보며 부족한 부분을 받아들이고, 변화한 환경 속에서 필요한 역량을 채우기 위해 자격증 취득과 공부에 집중했습니다. 다시 일을 시작하기 위한 직무 방향성과 핏을 맞추기 위한 노력을 기울인 것이죠. 서울우먼업 담당자들의 응원과 도움으로 새로운 일자리를 얻게 된 그는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말을 믿고, 매일을 의미 있게 채워나가고 있다" 고 말합니다.
사회적 시선과 자기 검열
때로는 외부의 차가운 시선이 내면의 불안에 불을 지피기도 합니다. 안주현 님은 사회복지 실습 첫날, 시설장에게서 비수와 같은 말을 들었습니다.
“실습생들에게 한 첫 마디가 ‘아줌마들이 집에서 밥이나 하지 여길 왜 왔어?’였어요.
오기가 생기더라고요. ‘저를 한 달 겪어보시고도 그렇게 얘기하시면 제 무능함을 인정하겠다. 반대로 그렇지 않다면 사과하시라’고 했어요. 근데 한달 후에 사과를 하셨어요.
내가 여기서 포기하면 경력단절 엄마들은 다 똑같은 대우를 받겠구나 싶어서 정말 열심히 증명해 보였어요.”
돌봄교사 안주현(23년 구직지원금 참여자)
안주현 님은 사회적 편견이라는 문제를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마주했습니다. 그리고 그 분노를 오기와 실력으로 치환하여 스스로를 증명해 냈습니다.
한편, 내부에서는 ‘죄책감’이라는 또 다른 적이 고개를 듭니다. 조윤효 님은 취업 준비 중에도 끊임없이 ‘엄마의 역할’과 ‘나의 일’ 사이에서 줄타기를 해야 했습니다. “취업하자마자 임신하면 민폐 아닐까?”, “세 살 때까지는 엄마 손이 필요한가?” 하는 양가감정이 발목을 잡았습니다. 하지만 이 고민 역시 워킹맘이라면 누구나 겪는 통과의례임을 받아들이고, 제도적 지원이 가능한 곳을 찾는 현실적인 대안으로 돌파해나갔습니다.
두려움과 불안은 ‘나의 문제’가 아니라 ‘환경의 문제’
공백기가 길어질수록, 취업 실패가 반복될수록 여성들은 그 원인을 자신에게서 찾기 쉽습니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사실 고립된 환경에 있습니다. 그리고 불안과 고립의 환경에서 용기를 내어 한 걸음 내딛는 순간 우리는, 다른 세상을 만날 수 있습니다.
취업 전 막연한 두려움과 불안을 느끼던 이들은 서울우먼업의 지원 속에서 문제를 직면하고, 비슷한 고민을 하는 동료들을 만나는 과정에서 불안을 기대로 치환할 수 있었습니다. 서울우먼업 프로젝트의 동대문여성인력개발센터 정진옥 담당자 역시 현장에서 만난 수많은 경력보유여성들에게 필요한 것은 ‘안내자’라고 말합니다.
정진옥 담당자님
다들 의지는 있어요. 능력도 없는 게 아니에요.
단지 어떻게 해야 할지 방법을 모를 뿐이죠.
이분들에게 필요한 건 경력 단절의 빈
자리를 디딤돌처럼 이어주고 방향을 잡아줄 담임 선생님 같은 존재입니다.
서울 우먼업의 구직 지원금이 이런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동대문여성인력개발센터 정진옥 담당자
경력보유여성은 누군가의 편견 속에 갇혀있을 사람이 아니라 기회만 주어진다면 언제든 빛날 수 있는 능력자입니다. 막연한 두려움의 실체를 파악하고 문제를 직면했다면, 이미 우리는 변화의 시작점에 서 있는게 아닐까요?
앞서 소개한 이들의 이야기가 증명하듯, 경력보유여성들이 느끼는 두려움은 '다시 잘해내고 싶은 열정'의 반증일지도 모릅니다. 망설임을 멈추고 고개를 드는 순간 당신을 돕기 위해 준비된 수많은 손길들을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내 일을 다시 찾는법, 직무 전환을 생각하는 이들에게 건네는 이야기> 이어보기